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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6회 위기 자초..KIA의 선택은?
기사입력 2025.04.29. 오후 04:22
양현종은 지난 2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5이닝 동안 5실점을 기록하며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날 경기로 시즌 평균자책점은 6.31에서 6.75로 더욱 악화됐다. 특히 5-3으로 앞서던 상황에서 6회초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흐름을 내줬고, 경기는 결국 5대6으로 역전패했다.
양현종의 부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는 2023년 9월 3일 LG전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약 8개월 동안 9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5패만을 기록했다. 통산 179승에 머문 채 236일째 발걸음을 멈췄다. KIA는 팀 상승세를 타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에이스의 부진이라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범호 KIA 감독은 경기 전 "양현종은 언젠가는 좋은 컨디션을 되찾을 선수"라며 신뢰를 보냈다. "오늘 던질 수도 있고, 다음 경기일 수도 있다. 힘든 상황에서도 믿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는 그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양현종은 경기 초반 1-0으로 앞선 3회초, LG에 3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타선의 지원을 받으며 위기를 넘겼다. 대타 김도영의 2타점 적시타, 최형우의 역전 적시타가 터지며 5-3으로 경기를 뒤집었고, 양현종은 5회초를 무실점으로 마무리하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그러나 6회초 다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은 볼넷 2개와 안타 1개를 허용하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투구수는 5회까지 75개였고, 통상 선발투수의 한계투구수인 100개를 감안할 때 교체 타이밍이 애매했다. 결국 이범호 감독은 전상현을 급히 투입해 불을 끄려 했으나, 이미 분위기는 넘어간 뒤였다.
냉정하게 보면, 양현종이라는 이름을 제외하고 데이터만 본다면 이날 그의 투구는 기대 이상이었다. 평균자책점 6점대 투수가 5회까지 3실점으로 막아냈다면 어느 정도 임무를 다한 셈이다. 그러나 KIA는 현재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 슈퍼스타 김도영의 복귀와 외국인 투수 네일, 올러의 호투로 연승 기회를 맞은 만큼, 승리에 집중해야 할 시기다.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선수를 무리시키기보다 필승조를 조기에 가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KIA는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필승조를 보유하고 있다. 굳이 선발투수의 투구수를 100개까지 끌고 갈 필요가 없는 셈이다. 양현종을 위해 무리하게 이닝을 맡기다 경기 전체를 내주는 악순환을 반복할 여유가 없다.
게다가 양현종 본인을 위해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좋은 투구 내용을 남긴 상태에서 교체된다면 본인의 분위기도 반전시킬 수 있다. 무리하게 끝까지 끌고 가다 위기를 맞으면 자신감마저 잃을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현종이가 우리 팀에서 가장 중요한 키다. 살아나야만 팀도 연승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그를 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부담을 덜어주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범호 감독은 양현종에게 아직 25번가량의 등판 기회가 남아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부진이 이어진다면 팀 전체 흐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KIA는 현재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누군가의 부활을 기다리며 발목을 잡힐 여유는 없다.
이제는 '대투수'라는 과거의 명성 대신 현재 성적을 냉정하게 판단할 때다. 양현종을 향한 무조건적인 기다림 대신, 팀과 선수를 동시에 살릴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KIA가 연승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양현종 개인에 대한 예우보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결단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