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시계, 9월로..美 재무, 0.5% 빅컷까지 요구
기사입력 2025.08.14. 오전 12:49
이달 초 발표된 미국 노동부의 고용 지표가 대폭 하향 조정된 것이 금리 인하 전망을 촉발했다. 지난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4.25~4.50%로 다섯 차례 연속 동결한 지 이틀 뒤, 노동부는 5월과 6월의 고용 증가 인원을 기존 발표치에서 모두 25만8천 명 줄여 발표했다. 이로 인해 양호하다고 평가됐던 고용 환경이 이미 악화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부각됐다. 고용 지표 악화는 연준의 긴축 필요성이 낮아졌다는 시그널로 해석되면서 채권·주식 시장 전반에 인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강화했다.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며 6월(0.3%)보다 상승 폭이 둔화됐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7% 상승해 6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3%로 6월(0.2%)보다 확대됐고, 전년 대비 상승률도 3.1%로 6월(2.9%)보다 높아졌다. 이는 headline 지표상 물가 압력은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이나, 근원 물가에서는 여전히 서비스 부문의 가격 상승세가 강하게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경제 지표 변화 속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연준에 강력한 금리 인하를 요구했다. 그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9월부터 50bp 인하를 시작으로 일련의 금리 인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본다”며 “어떤 모델로 보더라도 현재 금리는 150~175bp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고용 지표가 수정 발표되기 전 이를 알았다면 “연준이 6월과 7월에도 금리를 내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은 관세 인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 역시 인하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연준 인사들의 최근 발언은 시장의 기대와 간극을 보이고 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을 2% 목표치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신중론을 폈다. 그는 “중앙은행이 피해야 할 것은 급격한 움직임”이라며, 시장은 정보를 빠르게 소화하려 하지만 연준은 보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고용 시장이 통계상 수치보다 실제로는 더 강할 수 있으며, 서비스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매파적 시각을 유지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성장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고 기업들의 낙관적 전망이 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에서 당분간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특히 관세 인상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금리 완화의 근거가 아니라 기존 정책 기조를 유지할 이유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시장은 고용 악화와 CPI 둔화를 근거로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지만, 연준 내부에서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이로 인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오는 22일로 예정된 잭슨홀 심포지엄으로 향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 자리에서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가 향후 금리 인하 시점과 폭을 가늠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파월 의장이 시장의 기대를 수용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지, 아니면 인플레이션 경계심을 강조하며 속도 조절론을 재확인할지가 주목된다.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잭슨홀 발언 이후 금리 선물시장의 확률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며 9월 금리 결정의 방향성을 예측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