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논란 끝?..정부, 수도권 전역 외국인 토지거래 봉쇄
기사입력 2025.08.22. 오후 02:38
국토부는 이번 결정 배경으로 최근 몇 년간 외국인의 수도권 주택 매입이 급증한 점을 꼽았다. 집계에 따르면 외국인의 수도권 주택 거래는 2022년 4568건에서 2023년 6363건, 2024년 7296건으로 매년 약 26% 증가했다. 올해도 7월까지 이미 4431건이 이뤄져 3년 연속 증가세가 예상된다. 특히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일부 지역이 지난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뒤 해당 지역 거래는 줄었으나, 다른 지역은 오히려 거래량이 다시 늘어나며 수도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였다.
외국인 거래 비중을 보면 경기도가 62%로 가장 많고, 인천 20%, 서울 18% 순이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73%로 압도적이며, 미국인이 14%를 차지한다. 거래 주택 유형은 아파트 59%, 다세대주택 33%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 같은 거래 가운데 상당수가 실거주 목적과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수도권에서만 295건의 위탁관리인 지정 거래가 있었으며, 제도 시행 이후 지금까지 497건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에 주소를 두지 않은 비거주 외국인이 주택을 사들이며 관리인을 지정한 사례로, 사실상 임대 수익이나 시세 차익을 노린 투기성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국의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인과 중국인이 이 거래의 86% 이상을 차지했다.
또 현금 위주의 고가 아파트 매입도 잇따르고 있다. 외국인이 서울 용산구에서 180억 원, 서초구에서 73억 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전액 현금으로 매입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이 같은 거래들이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 가격을 자극하고, 최고가 갱신으로 이어져 시장 교란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박준형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외국인 거래에서 전액 현금이거나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가 체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투기성 거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은 지난 6·27 부동산 대책 이후 불거진 역차별 논란과도 맞닿아 있다. 내국인은 다주택자 중과세, 대출 규제, 실거주 의무 등 여러 장벽에 가로막혀 있는데, 외국인은 같은 규제를 받지 않고 손쉽게 국내 부동산을 매입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 이후 내국인의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외국인의 거래는 오히려 늘어났다. 외국인은 자국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때 한국식 LTV나 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며, 다주택자 중과세 역시 해외 부동산 보유 현황을 확인할 수 없어 사실상 회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내국인만 규제에 묶이고 외국인은 자유롭게 거래한다는 불만이 커져왔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외국인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형평성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외국인이 수도권에서 주택을 사려면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며, 거래 과정에서 자금 출처를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전문가들도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허가구역 지정으로 투기 수요를 크게 억제하고, 일정 부분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외국인 거래 자체는 전체 비중이 크지 않지만, 단 한 건의 투기성 거래가 미치는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내국인에 비해 규제 문턱이 낮았던 외국인 거래에 형평을 맞춘 조치로 본다”며 “국제 통상 문제로 이어질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가 초강력 대책으로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 대상으로 묶은 만큼 외국인의 주택 매입 패턴이 크게 달라지고, 단기적인 시장 교란 우려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규제가 실제로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