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체제 ‘미라클 두산’, 그랜드슬램으로 단숨에 승부 갈라
기사입력 2025.08.22. 오후 02:19
두산은 지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매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올 시즌에는 외국인 선수 영입과 선수단 전력 강화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하며 더 높은 성적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시즌 초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3승 3무 32패, 리그 9위에 머물던 상황에서 이승엽 감독이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팀에 변화를 줬다.
이에 조성환 퀄리티컨트롤(QC)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게 되었고, 자연스레 세대교체와 리빌딩 가능성이 제기됐다. 조성환 대행은 “리빌딩을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면서도 성적을 포기하지 않겠다”라며 단기 성적과 선수 육성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성환 대행 체제 아래 두산은 초기 6월 한 달 동안 8승 13패 승률 0.381로 삼성 라이온즈와 함께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렀으나, 이 시기는 경험이 부족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는 시간이었다.
7월 들어 성적이 가파르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두산은 7월에 10승 2무 8패, 승률 0.556을 기록하며 리그 4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14일 NC 다이노스를 시작으로 KIA 타이거즈와 한화를 연달아 제압하며 연승을 이어가 7연승의 쾌거를 달성했다. 특히 21일 한화전에서는 경기 초반 2-2 균형을 보이다가 7회초 공격에서 승기를 잡았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그랜드슬램’이었다. 양의지를 비롯한 박준순, 안재석이 연속 안타로 무사 만루 상황을 만들었고, 박계범이 류현진의 초구 115km 커브를 담장을 넘어가는 그랜드슬램으로 연결하며 단숨에 6-2로 점수 차를 벌렸다. 이후 한화가 9회말 한 점을 추가하며 위기를 만들었지만, 마무리 투수 김택연이 이를 막아 두산의 승리를 지켰다.
이 승리로 21일 기준 두산은 8월 10승 6패, 승률 0.625로 리그 2위에 올라섰다. 시즌 초반 잃어버린 성적을 고려하면 여전히 순위는 중위권이지만, 포스트시즌의 마지노선인 5위 KT 위즈와 단 3경기 차이, 그 바로 앞에 있는 삼성 라이온즈와는 1.5경기 차이로 좁혀졌다. 이제 두산은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까지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두산의 반등은 단순한 결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김재환, 양석환 등 기존 주축 선수들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팀은 흔들리지 않고 신·구 조화를 이루며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정수빈, 양의지 등 베테랑과 박준순, 안재석, 오명진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함께 어우러진 결과였다. 시즌 초반 부진 속에서도 팀은 포기하지 않았고, 리빌딩과 경쟁력 회복을 동시에 이뤄냈다.
조성환 대행은 시즌 종료 시까지 팀 지휘를 이어가며, 시즌 후 신임 감독 선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올 시즌 두산이 보여준 ‘미라클 행보’는 단기간 내 팀의 방향성과 선수들의 잠재력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두산은 포기하지 않은 팀으로서 이제 그 누구도 가볍게 볼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조성환 대행과 두산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와 함께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