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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가격 70배 뻥튀기 성공한 '한국판 하겐다즈'의 비밀

기사입력 2025.09.08. 오후 04:50
 지난 13일, 스스로를 '아이스크림 덕후'라 칭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제주도의 한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컵을 깨끗이 비웠다. 그의 옆에는 1986년부터 제주에 뿌리내린 아일랜드 출신의 이어던 신부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있었다. 이들이 함께 찾은 곳은 제주 한림읍의 작은 유가공업체 '미스터밀크'. 이곳에서 시작된 조용한 혁명이 대한민국 유제품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미스터밀크의 대표 상품 '우유샌드'는 이미 제주 관광객들 사이에서 "이것만은 꼭 사야 한다"는 필수 선물로 자리 잡았다. 제주공항에서만 55만 개가 팔려나간 이 제품은, 일본 홋카이도의 전설적인 과자 '시로이 코이비토'에 견주어질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 놀라운 맛의 비밀은 바로 이어던 신부가 운영하는 '성이시돌목장'의 유기농 우유에 있다. 젖소 700마리에게 유기농 풀 사료 '이탈리안 라이그래스'를 먹여 키워 얻어낸, 베타카로틴과 오메가3가 풍부한 고소한 원유가 매일 2~4톤씩 공장으로 공급된다.

 

2014년, '한국판 하겐다즈'를 꿈꾸며 사업에 뛰어든 신세호 대표는 최고의 맛을 위해 2016년 이탈리아로 날아갔다. 현지에서 직접 치즈와 젤라토 기술을 배우고, 이탈리아산 설비를 통째로 들여오기로 결심했다. 최고의 원유와 최고의 기술, 모든 준비는 끝난 듯 보였다. 하지만 거대한 장벽에 부딪혔다. 바로 '자금'이었다. 공장 설립을 위한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것이 바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식품 모태펀드'였다. 정부는 미스터밀크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35억 원이라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이 종잣돈을 발판 삼아 공장을 세운 미스터밀크는 2023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고, 그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2023년 3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24년 15억, 올해 상반기에만 23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으며, 하반기에는 50억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스터밀크의 성공은 단순한 매출 성장을 넘어, 낙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고부가가치' 혁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리터당 1100원(유기농 1800원)에 불과한 우유 원유가 이들의 손을 거치면, 개당 4000원짜리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20개로 재탄생한다. 1100원이 8만 원으로 불어나는, 무려 50~70배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마법'인 셈이다. 이는 단순한 우유 판매를 넘어 가공을 통해 엄청난 부를 창출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다.

 

이제 미스터밀크는 제주 감귤, 천혜향을 이용한 신제품 개발과 설비 증축을 위해 100억 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계획하며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호 대표는 "제주 젤라또로 '한국판 하겐다즈'로 성장해 중국과 동남아 시장까지 석권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한 신부의 헌신과 한 대표의 열정, 그리고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만나 탄생시킨 '제주의 기적'이 글로벌 유제품 시장을 향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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