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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찢는' 장난 한 번에 '나락'…3개월 천하로 끝난 미스 핀란드의 비극

기사입력 2025.12.15. 오후 01:50
 핀란드 최고의 미인으로 선정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여성이 인종차별적인 행동 한번으로 불과 3개월 만에 왕관의 주인을 바꿔주는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헬싱키타임스 등 현지 언론은 11일, 미스 핀란드 조직위원회가 지난 9월 우승자로 뽑혔던 사라 자프체의 왕관과 타이틀을 공식적으로 박탈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자프체가 동양인의 외모를 비하하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제스처를 담은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며 시작된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데 따른 최종 조치다. 한순간의 어리석은 판단이 이제 막 시작되려던 그녀의 화려한 경력에 치명적인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자프체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었다. 그녀는 양손으로 눈꼬리를 옆으로 길게 잡아당기는, 이른바 '눈 찢기' 제스처를 취한 채 "중국인과 함께 식사 중"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 행위는 서구권에서 동양인의 신체적 특징을 조롱하고 비하할 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핀란드 사회는 큰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논란이 거세지자 자프체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녁 식사 중 두통과 눈의 압박감 때문에 무심코 한 행동이었을 뿐"이라며, 문제의 자막 역시 친구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대중의 싸늘한 시선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자프체의 미숙하고 오만한 후속 대응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며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었다. 자신을 향한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항공기 비즈니스석에서 촬영한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며 "사람들은 나를 욕하지만, 나는 핀에어 비즈니스석에 앉아있다"고 언급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대중의 분노에 제대로 불을 지폈고, 그녀의 자질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까지 제기되는 상황으로 번졌다. 걷잡을 수 없는 비난 여론에 직면하고 나서야 자프체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녀는 인스타그램에 "이번 일로 상처받은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 사건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겠다"는 뒤늦은 사과문을 올렸다.

 

조직위원회가 연 공식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자프체는 "인종차별은 어떤 형태로든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고개를 숙이며 당분간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미스 핀란드 조직위원회는 "인종차별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히며 그녀의 자격 박탈을 최종 결정했다. 미스 핀란드의 왕관은 준우승자였던 타라 레흐토넨에게 돌아갔으며, 미스 핀란드의 우승자가 임기 중도에 교체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로 기록되었다. 이번 사건은 공인으로서의 무게를 망각한 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경솔한 게시물 하나가 얼마나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교훈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