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News
월급봉투 보니 '현타' 제대로..9급 공무원, '짠내 폭발'에 등 돌리다
기사입력 2025.06.19. 오전 10:09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1일 전국 17개 시도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질 예정인 지방공무원 9급 공채 필기시험에는 총 1만3596명 선발에 11만9066명이 지원했다. 이는 지난해 평균 경쟁률 10.4 대 1보다 크게 하락한 수치다. 모집 인원이 지난해 1만2307명에서 올해 1만3596명으로 1289명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원자 수는 지난해 12만8334명에서 올해 11만9066명으로 9268명이나 감소한 결과다. 이는 단순히 경쟁이 완화된 것을 넘어, 지방직 9급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청년층의 선호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직 현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가장 먼저 꼽는다. 경기도에서 5년 차 9급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김모 씨(29)는 "안정적이고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 좋다는 말만 믿고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적은 급여에 실망했다"고 털어놓았다. 올해 9급 초임 보수는 각종 수당을 제외하고 200만900원으로, 처음으로 200만 원을 넘겼지만, 올해 최저임금(시급 1만30원, 주 40시간 기준 월 209만6270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낮은 수준이다. 각종 수당을 더해도 월평균 269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김 씨는 "지역 행사나 재해 현장에 계속 동원되는 일이 잦아 워라밸이 좋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주말이나 퇴근 후에도 업무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낮은 보수 외에도 경직된 조직 문화와 악성 민원 문제 역시 지방직 9급 공무원을 기피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1월 행정안전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4명 중 1명은 사비로 간부에게 식사를 대접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시대에 뒤떨어진 수직적인 문화와 불필요한 의전 관행은 유연하고 합리적인 조직 문화를 선호하는 젊은 공무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한, 민원 응대가 주된 업무인 지방직 9급의 경우,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악성 민원인들로부터 폭언이나 부당한 요구에 시달리는 사례가 늘면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직 공무원의 인기가 시든 또 다른 배경으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즉 공기업 등으로 청년 인재가 쏠리는 현상을 지목한다. 하동현 전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낮은 급여와 전공과 무관한 수험 준비 부담이 큰 지방공무원보다는, 최근 혁신도시에 많이 생겨난 공기업 등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4년 한국전력(전남 나주), 2015년 국민연금공단(전북 전주) 등 수도권 공공기관 153개가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이들 기관이 안정성과 민간 기업보다 나은 보수 및 복지 혜택을 제공하며 청년들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에는 지역 인재 채용 30% 할당제가 적용되어, 해당 지역 출신 청년들에게는 공무원보다 훨씬 매력적인 취업 기회가 되고 있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이 최근 10년 새 가속화된 지방 소멸 위기와 인구 유출, 그리고 수도권 쏠림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지방의 전반적인 활력이 떨어지고 청년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 자체의 매력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지방직 9급 공무원의 인기 하락은 낮은 보수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워라밸, 경직된 조직 문화, 악성 민원 문제 등 내부적인 요인과 함께, 혁신도시 공기업 등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대안의 등장, 그리고 지방 소멸 및 수도권 집중이라는 거시적인 사회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양질의 공무원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직 사회 스스로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를 민간 및 공공기관의 변화 속도에 맞춰 개선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