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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개월간 '덥다춥다' 민원 28만건 폭탄...공사 '멘붕'

기사입력 2025.06.20. 오전 11:07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가 서울 지하철 객실을 '냉난방 민원 전쟁터'로 만들고 있다. 숨 막히는 더위를 호소하는 승객과 에어컨 바람에 오한을 느끼는 승객들의 상반된 요구가 폭주하면서 서울교통공사가 고심에 빠졌다.

 

서울교통공사가 20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된 전체 민원 중 냉난방 불편 관련 민원이 28만 3972건으로 무려 75.5%를 차지했다. 이는 지하철 이용 관련 민원 4건 중 3건 이상이 냉난방 때문이라는 의미다. 특히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5월 한 달 동안에만 11만 건이 넘는 냉난방 민원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열차 내 냉난방 민원은 지난 2020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며,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는 5월부터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냉난방 민원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승객이 밀집하는 출퇴근 시간대다.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 사이에 '덥다'는 민원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동시에 '춥다'는 민원도 상당수 접수된다. 이 때문에 고객센터 상담원들은 같은 열차, 같은 시간대에 정반대의 민원을 받고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지난해 분석 결과, 전체 '덥다' 민원의 71.9%에 달하는 62만 건 이상이 출퇴근 시간대에 몰렸으며, 특히 오전 8시에는 22만 9846건(26.5%)의 민원이 집중됐다. '춥다' 민원 역시 전체의 절반이 넘는 61.1%가 출퇴근 시간대에 발생했다.

 

호선별로는 수송 인원이 가장 많은 2호선에 냉난방 민원의 35.0%가 집중됐다. 이어 7호선(20.6%)과 5호선(12.6%)도 민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용객이 많을수록 객실 혼잡도가 높아져 체감 온도가 상승하고, 자연스레 냉방에 대한 요구가 커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교통공사는 객실 내 냉난방 시스템이 개별 온도 센서에 의해 일정한 온도로 자동 조절된다고 설명했다. 열차 내 냉방 온도는 환경부 고시에 따라 일반칸은 24℃, 약냉방칸은 25℃로 설정되어 운영된다. 공사는 하절기 출퇴근 시간대에는 냉방 장치와 송풍기를 최대로 가동하고, 시간대별 승객 혼잡도에 따라 객실 온도를 탄력적으로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냉방 민원 발생 시에는 양해를 구하는 안내 방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원이 끊이지 않는 것은 객실 내 기준 온도를 유지하더라도 열차 혼잡도나 개인별 신체 상태에 따라 느끼는 체감 온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공사는 이러한 점을 지하철 이용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공사는 승객들에게 쾌적한 지하철 이용을 위한 몇 가지 팁을 제공했다. 열차가 혼잡할 경우 객실 내 온도가 올라가므로,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열차 내 혼잡도 정보를 확인하고 비교적 덜 붐비는 칸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또한, 객실 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온도 차이가 발생하므로 체감 온도에 맞춰 자리를 이동하는 것도 방법이다. 열차 내 냉기는 주로 양쪽 끝 교통약자 배려석 주변으로 흘러 온도가 가장 낮고, 객실 중앙부가 온도가 가장 높게 느껴진다. 추위를 많이 타는 승객은 약냉방칸을 이용하면 좀 더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열차 내 긴급 민원 처리나 질서 저해자 대응 등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민원 처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과도한 열차 내 냉난방 민원 제기는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백 사장은 "쾌적한 지하철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승객 여러분께서도 지하철 이용 시 서로를 배려하고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른 무더위 속 서울 지하철은 당분간 '덥다'와 '춥다' 사이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공사와 승객들의 노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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