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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 현실로..유가 130달러 돌파 임박

기사입력 2025.06.23. 오후 02:37
 미국이 이란 본토에 사상 초유의 군사 공습을 단행한 가운데, 이란 의회가 세계 원유 소비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을 공식화하면서 국제 사회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이란 국영 방송 프레스TV는 이란 의회가 긴급 총회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의안’을 통과시켜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의회 국가안보위원장인 에스마일 쿠사리는 이번 결의가 “이란 국민의 의지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최종 봉쇄 결정권은 외교·안보 정책의 최상위 의사결정기구인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다고 밝혔다.

 

최고국가안보회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의장직을 맡고 있으며, 해당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재가를 거쳐 실행된다. 이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는 향후 최고국가안보회의와 최고지도자의 결정에 달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길이 약 160km, 폭이 좁은 곳은 30\~50km에 불과하지만, 페르시아만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유일한 해상 통로로서 국제 원유 공급망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해협의 북쪽은 이란 영해, 남쪽은 오만과 아랍에미리트 영해로 이루어져 있으며, 대형 유조선들은 주로 이란 영해 내 수로를 통해 원유를 운반한다.

 

과거 이란-이라크 전쟁 기간에는 유조선들이 공격받는 일이 있었지만, 해협이 전면 봉쇄된 사례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 채택으로 인해 해협 봉쇄 가능성이 현실화하면, 세계 에너지 시장과 국제 경제에 심대한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은 중동산 원유 수입량의 약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전체 수입 원유의 약 70%가 이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한국 경제와 에너지 안보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세계 원유 소비량 중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상황에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의 69%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로 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의 84%가 아시아 시장으로 집중되어 있어, 해협 봉쇄는 이들 국가에 큰 경제적 충격을 안길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이 2024년 5월 발간한 보고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서 15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50% 이상의 급등을 의미한다. 유가 상승은 전 산업 전반에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보고서에 따르면 전 산업 생산비용은 약 3.02%, 제조업은 5.19%, 서비스업은 1.39%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제조업 부문은 유가 급등에 따른 원재료 비용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23일 로이터통신의 에너지 전문기자 론 부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에도 원유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규모 송유관을 보유해 최대 하루 650만 배럴의 원유를 별도 경로로 운송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국제 원유 공급망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 담보하는 요소다.

 

미국 정부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으면서도 직접적인 군사 개입 등 구체적 대응책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 자신에 대한 자살 행위"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 경제가 이 해협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경제 기반을 무너뜨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봉쇄 시나리오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이란이 실제 봉쇄 조치를 실행할 가능성은 낮게 본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마크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같은 날 FOX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에 호르무즈 해협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막대한 양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비오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또 다른 경제적 자살 행위이자 심각한 실수"라며, 미국은 이에 대비할 충분한 역량을 갖췄지만, 중국과 같은 국가들은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IA에 따르면 미국은 전체 원유 소비량의 2%, 수입량의 7%에 불과한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줄었다. 이는 미국 자체 원유 생산량의 증가와 캐나다산 원유 수입 확대 덕분이다. 이로 인해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직접적인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한편, 이란 의회의 봉쇄 결의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이 사태의 전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부와 그 파장이 세계 경제와 에너지 시장에 미칠 영향은 향후 글로벌 안보와 경제 안정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국제사회는 협상을 통한 긴장 완화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확보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결과적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전략적 중요성과 이란의 봉쇄 위협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전 세계 에너지 시장과 경제에 광범위한 파장을 예고하는 심각한 국제 현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란의 움직임과 미국 및 중국 등 주요국의 대응을 면밀히 관찰하며, 중동 정세의 추가 격화에 따른 파급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적·경제적 대비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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